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보호수

은평 진관사 느티나무

by 보호수 2024. 4. 23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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진관사 @ 보호수

서울 근교의 4대 명찰(名刹)로 손꼽는 진관사. 1011년 고려 현종이 스승인 진관대사를 위해 창건한 사찰로서 나라의 안녕과 번영을 기원한 국찰이었습니다. 6.25전쟁 당시 공비소탕작전의 폭격으로 나한전(羅漢殿), 칠성각(七星閣), 독성전(獨聖殿) 등 3동의 불전(佛殿)만 남는 등 한민족 아픈 역사를 함께 했던 사찰이기도 합니다. 

 

진관사 경내 @ 보호수

 

2009년 5월에 칠성각과 독성전을 전면적으로 보수하기 위해 칠성각 내부를 해체하는데 불단(佛壇)과 기둥 사이에서 한지로 된 큰 봉지가 벽면에 부착되어 있는 것을 발견합니다. 그 봉지를 떼어내 보니 그 안에 보자기가 있었는데 보자기가 태극기였습니다. 태극기를 풀자 그 안에서 독립신문 등 20여 점의 독립운동 관련 유물들이 발견됐습니다.

 

칠성각 @ 보호수
발견 당시 태극기 보자기와 독립신문 등을 촬영한 사진@ 보호수

 

발견된 태극기와 독립신문 등은 진관사에 거주했고 독립운동을 하던 백초월 스님이 1920년 초 일제에 체포되기 전에 비밀리에 진관사 내 외진 칠성각 벽 속에 숨겨 놓은 것이라고 합니다. 백초월 스님은 독립운동으로 여러 차례 옥고를 치렀는데 1944년 6월 청주 교도소에서 옥중 순국하는 바람에 칠성각 깊은 곳에 숨겨진 태극기 보자기는 주인을 잃은 채 90여 년이 지나서야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것입니다.

 

백초월스님 / 불교신문

태극기는 당시 일장기 위에다 태극 문양과 건곤감리 4괘를 그린 것으로 1919년 3.1운동 당시 사용된 것으로 보이고 태극기 및 독립운동사에서 중요한 역사적 가치를 지니고 있다고 합니다. 그래서 태극기와 독립신문 등은 2010년 등록문화재 제458호로 지정되고 태극기는 2021년 보물 제2142호가 됩니다.

진관사 부근의 은평역사한옥박물관에 전시된 진관사 태극기 @ 보호수


 

진관사에는 수령 약 250년(2020년 기준) 된 높이 19미터 둘레 250센티미터의 느티나무가 있습니다. 1981년 10월 27일 고유번호 서12-5로 지정된 보호수입니다. 진관사 대웅전을 마주 본 전각 '홍제루' 바로 앞 계곡 비탈에 서 있는 걸 보면 계곡 물에 지반이 침식하는 걸 막기 위한 '풍치목'으로 보입니다.

 

☞ 풍치목(風致木) : 풍치, 방풍, 방호의 효과를 주는 나무

 

구한말과 일제강점기, 6.25전쟁 시대를 진관사와 함께 겪은 나무라고 볼 수 있는데 마치 묵묵히 그 자리에서 진관사를 지켜주는 모습입니다.

 

보호수 느티나무@보호수

 

 

진관사는 부근에 은평 한옥마을과 진관사계곡이 있어 주말이면 많은 사람들이 찾는 명소이기도 합니다. 진관사 내 카페에서 차 한잔을 하면서 바라보는 느티나무가 차의 맛을 더 나게 하는 것 같습니다. 느티나무가 지금과 같이 앞으로도 많은 사람들을 따뜻하게 맞아줄 것으로 봅니다.

 

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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